2008/05/05 13:59

0505/古都 기록








우리 데이트는
-선덕여왕의 말씀2

    서정주



햇볕 아늑하고
영원도 잘 보이는 날
우리 데이트는 인젠 이렇게 해야지-

내가 어느 절간에 가 불공을 하면
그대는 그 어디 돌탑에 기대어
한 낮잠 잘 주무시고,

그대 좋은 낮잠의 상으로
나는 내 금팔찌나 한 짝
그대 자는 가슴 위에 벗어서 얹어놓고,

그리곤 그대 깨어나거든
시원한 바다나 하나
우리 둘 사이에 두어야지.

-우리 데이트는 인젠 이렇게 하지.
햇볕 아늑하고
영원도 잘 보이는 날.






 경주는 내게 있어 그 자체로 옛도시. 옛날, 아주 옛날 우리 다정한 흙길을 걸어 석굴암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고적했던 암자 뒤로 초여름의 녹음이 울창했었다. 네가 잠시 누웠던 감은사지 석탑은 세월과 소금바람과 사람에 의해 점차 빠른 속도로 부식되어 간다고 한다. 보수공사를 위해 막아놓은 그 석탑은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서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열망으로 제 무덤을 바다에 짓게한 왕. 용맹한 군주의 미덕으로 포장되었던 역사책의 한 구절. 지금에서야 나는 그것이 무서운 집착과 아집이 아닐런가 생각해본다. 그의 무덤을 비켜 앉았다. 수평선이 깊고 아득하다.




밀려오는 파도, 젖은 발, 따뜻해졌다가 이내 차가워지기를 반복하던 바닷바람의 변덕.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행자처럼 고즈넉히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볼 수도 있다. 폐가에 저 홀로 남은 외발 고양이. 그의 이름은 결국 무명으로 남겨두다.




반가워요.





저 뒤로 감춰진, 바다와 사람과 바람과 음음.








 
 덧, 성급한 물음과 다그침은 잊어주세요. 신호등 너머 차곡차곡 쌓여가던 어둠과 피로와 납득이 되지 않는 불안. 모두 터미널 낡은 의자 위에 두고 왔지요. 어떻게든 흘러가겠지요. 저 붉고 푸르고 노란 신호처럼. 성급히 깜빡거리던 불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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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8/05/05 20:4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유진 2008/05/06 06:47 # 삭제 답글

    어젠 저녁으로 약간의 빵과 참외 한알을 먹었어요. 배가 부르니까 미친듯이 잠이 쏟아졌어요. 참아보려했는데, 베개에 고개를 처박고 고꾸라졌지뭐에요. 눈을 뜨니 한시였어요. 좋은 꿈은 아니었어요. 잠깐동안 발작도 있었어요. 요샌 그래서 팔에 힘이 안들어가요. 일어나서 신이현의 첫번째 장편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문장이, 야멸찬데가 있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다 읽고나니 새벽 여섯시가 조금 넘었네요. 웃긴부분도 있었어요. 어젯밤부터 편지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써요. 벌써 해가 다 떴으니까, 잠은 오늘 밤으로 미뤄야겠어요.


    풍광이 좋은 사진들이네요. 색이 아주 예뻐요. 경주에 갔다니. 나도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두발로 걸어서. 먼 기억속의 경주는 귀찮고, 왜 왔는지도 모르겠고, 자꾸 잠만오고, 버스에서 내리기싫은 그런곳이었는데. 바다의 색과, 자갈의 색이 아주 예쁘네요.


    다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니까 마음이 좋아요. 아무것도 없었던 일상으로 차츰 돌아가고 있는것 같아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어요. 잠에서 깨어나면 종종 정신을 놓기도 하지만, 그럴때가 아니라면 이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내마음대로 안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게 아닌가, 할때가 있어요. 나약함이란 얼마나 손쉬운 자기방어인지. 정확히 같은 이유로,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싶어졌어요. 잡스러운 꿈들에 의미부여하는 것을 그만두고, 내면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버리려고해요. 무력한 육체니, 나약한 정신이니, 얼마나 시덥지않은 낭만성인지.


    언니 사진을 보니, 나도 어딘가 가고싶네요. 그곳의 주민인것마냥 몇달 보내고 싶어요. 슈퍼앞 평상에 앉아 아이스바를 빨아먹으며 시간을 떼웠으면좋겠어요. 그러다 서울로 돌아오면, 나도 직장도 구하고, 돈도 벌고, 매일 출근도 하면서 살고싶어요. 편지를 쓰고보니 대부분의 종결어미가 소망과 예정으로 이루어져있군요. 그래요. 지금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여행은 즐거웠나요. 즐거웠길바래요.
  • 다락 2008/05/06 22:20 # 답글

    수학여행을 경주로 다녀오지 않은 것이 어쩌면 내게는 축복이 아닐런가 생각해. 그랬다면, 굳이 몇 년에 한 번 꼴로 그곳에 가지는 않을테니.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쫄랑쫄랑 따라다녔던 곳인데, 몇 번 갔다고 낯익은 곳도 생기고 기억에 남는 곳도 생기고 그러네.

    굳이 경주가 아니라도 좋아.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나 부여도 좋지. 부여는 어딘가로 가는 여정 중에 잠깐 스쳤던 것 같은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고 했던가, 풋. 한 나라의 도읍지였던 까닭에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많이 남아 있는 옛자취들. 탑이라던가, 절이라던가, 혹은 무덤같은 것. 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퇴적된 그것들의 눅눅하고도 멜랑꼴리한 냄새들을 맡고 있노라면, 이 한 치도 안되는 마음의 뒤치락거림이 참 하찮게 느껴지면서 상쾌해지고는 해. 그런 생각이 들면, 역설적으로 생에 대한 따순 긍정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야. ^^

    어디를 가도 그곳에 박힌 기억들에서 자유롭지는 않아. 나는 그곳에 또 무엇인가를 하나 던져두고 왔는데, 어쩐지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네. 그래도, 나쁘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김작가와 오래 걷지 못해서 쫌 아쉽네. 천근만근 묵지근한 몸과, 찬 바람에 쉴새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탓에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이 귀한 저녁들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 번 오래 산책하자. 매미가 미치도록 우는 한 여름, 낯선 소도시에서 몇 달 머무르는 것도 썩 괜찮을 것 같기는 해. 지금처럼 김작가를 자주 보지는 못하겠지만, 찾아가면 되지. 지난 시절의 거제나, 파리처럼. 구멍가게 파라솔 밑에서 색소 잔뜩 들어간 아이스께끼를 맛나게 쪽쪽 빨아먹자. 매미소리에 귀가 멍멍해지면 집에 들어가서 낮잠 한 번 자주고. ㅋ

    익숙한 불안이 여울 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면, 기사식당이나 가정식 백반 집에 들어가 땀나도록 저녁을 먹자. 어때?
  • 모론 2008/05/07 01:28 # 답글

    청파동에는 언제나 정다운 대화가 그득그득 ^^
  • 다락 2008/05/07 06:18 # 답글

    쫌 그렇지요? ^^
  • 2008/05/13 04:1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다락 2008/05/13 11:42 # 답글

    그럼요. ^^
  • 2008/05/13 12:2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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